보이는 노래

노래


  눈물을 멈추는 것은 마음대로 되질 않습니다. 감정의 선에 전원이 켜지 듯 한 순간에 흘러 내리는 눈물은 그냥 흘러나오게 두는 것이 오히려 편할 수가 있습니다. 

 오래된 가요를 가수들이 부르는 TV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무대가 나오던 화면에서 방청석으로 카메라를 돌리면 어르신들이 항상 빈자리 없이 앉아 계시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다 화면은 클로즈 업이 됩니다. 들려오는 노래에 눈시울을 붉히며 눈물을 닦아내는 장면을 한 번씩 비춥니다. 

 어렸던 저는 그 모습을 의아스럽게 바라봤습니다. 눈물을 왜 흘리시지. 노랫말도 너무나도 따분하고 온통 옛날 이야기 뿐인데...

 그랬던 저는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서야 그 눈물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수학여행 중에 들었던 노래를 유튜브에서 우연히 다시 듣게 됩니다. 장르는 발라드이지만 노래 자체는 별다른 매력이 없었습니다. 그런데도 눈물이 납니다. 노래가 그 시절로 돌아가는 스위치를 켠 것입니다.

 멀리 설악산까지 가기 위해선 수학여행 버스는 해가 뜨기도 전에 출발을 해야했습니다. 그래도 늦게 도착한 친구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학교를 벗어나 펼쳐지는 새로운 풍경이 자유롭고 즐거운 수학여행의 분위기를 곧장 가져다 주었습니다. 

참새와 참돔

 휴게소에 잠시 내리면 아무런 배경이 없더라도 친구들끼리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 찍을 곳이 많이 있을 건데도 필름 아까운 줄 모르고 카메라 셔터를 쉽게 눌러 버립니다. 그때의 사진은 아직도 간직하고 있습니다. 사진첩에도 있고, 기억의 공간에도 남아있습니다. 

 해맑은 미소가 가득한 그 사진들이 우리들의 환승역을 담은 것이라는 것은 뒤늦게 압니다. 어울렸던 친구들은 각자의 인생 기차를 타고 떠납니다. 종종 보는 친구도 있지만, 고등학교 졸업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만났던 친구도 있습니다. 

 맑았던 그 얼굴에는 어떤 인생 기차를 타고 달려왔는지 쉽게 알 수 있는 궤적이 보였습니다. 힘든 사연을 들어서 알고 있지만, 그 친구들은 전혀 내색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기에 묻지않고 대화를 이어가며 예전 학창시절의 수다로 시간을 보냅니다.

쌀밥 맛집

 친구들의 얼굴은 밝지 않았지만, 단단한 껍질로 세상의 비바람에 맞선 흔적들로 보입니다. 힘들 때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하고, 그래도 단단하게 지내는 힘을 지닌 것 같아 멋스러움도 느껴집니다.

 수학여행때 들은 노래가 우리들의 해맑은 어린 시절 그 모습을 그대로 영사기로 비췄습니다. 노래는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 같습니다. 그때의 장면이 떠오르자 눈물이 그냥 흘러 나옵니다.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아쉬워 하는 눈물인지, 청춘의 환승역에서 헤어진 그 이후의 고됨이 떠올라 흘러 내리는 눈물이지는 알 수가 없습니다.

 시간은 앞으로만 지나가지만, 보이는 노래는 한번씩 그 시간을 거꾸로 되돌려 줍니다. 요술상자 같습니다.

나침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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