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참돔

  

참새

군복무 시절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유격장에 갔을 때는 5월 이었습니다. 녹색의 잔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계절에 산속에 있는 유격장은 맑은 공기와 향긋한 자연의 냄새가 맞이해줬습니다. 지옥같은 훈련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5월의 자연은 싱그러웠습니다. 

 도착한 유격장에서 낡은 훈련복으로 환복한 후 이내 지옥의 레이스는 시작됐습니다. 숨쉬기조차 자유롭지 못할 정도로 강도높은 훈련이 이어졌습니다. 좌로 구르고 우로 구르고, 끊임없는 피티체조까지.

 싱그러운 자연을 보고 냄새맡았던 그 평온함은 금세 사라지고, 흙먼지위에서 뒹굴고 선착순으로 뛰면서 지옥속으로 뛰어든 고통은 시작됐습니다. 흙먼지가 호흡과 함께 들어오면서 코와 입안은 바싹바싹 빠르게 말라가고, 훈련복은 얼마 지나지 않아 흙으로 염색돼 누렇게 변했습니다.

 체력은 이내 바닥을 드러내면서 유격장의 조교의 목소리도 겨우 들려오는 상황까지 내몰립니다. 땅바닥에 누운 채, 두 다리를 직각으로 세워 붙이고 좌우로 반동하는 그 순간에 참새가 보였습니다.  5월의 푸른 하늘 아래서 참새 서너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었습니다. 훈련받는 모습을 재미있게 구경이라도 하듯이 전깃줄 위를 떠나지 않고 재잘거립니다. 지옥에서 천국을 바라보듯 그 참새들의 자유가 너무나도 부러웠습니다. 날아서 언제든 둥지로 갈 수 있다는 그 참새들과 집에 가고싶어도 당장은 갈 수 없는 유격장의 훈련병들이 대비대면서.

 얼마전 친구와 후배를 만나기 위해 약속장소인 횟집에 갔습니다. 조금 일찍 도착한 탓에 시간이 남아 횟집 수족관을 살펴봤습니다. 횟집 입구 양쪽에 설치된 수족관의 한쪽에는 큰 참돔이 3마리 들어있었습니다. 흔히 보던 분홍빛의 예쁜 빛깔이 아니라 거무스름한 몸통입니다. 좁은 수족관에서도 조금씩 움직이면서 바다속이 아닌, 태어나서 처음 보는 인간들의 육지 모습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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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고 깊은 바다를 마음껏 헤엄쳐 놀던 참돔의 눈에는 가게의 네온사인과 지나가는 자동차의 불빛이 어떻게 비쳐졌을지,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인간을 마주하고서는 놀란 마음 또한 없었는지. 

 횟집 손님들이 계속 들어올 수록 자신의 생명이 끝나갈 확률이 높아지는 상황도 인지 못하고 그저 낯설고 희한한 세상을 마지막으로 바라보고 있는 그 모습이 애처로워보입니다.

 바다속으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운명도 모른 채 좁고 좁은 수족관에서 참돔은 어떤 느낌으로 호흡을 하고 있는지, 그 맑은 눈빛이 더욱 아른거릅니다.

 유격장의 참새와 수족관의 참돔은 보는 시각이 빚어낸 스토리입니다. 자유가 그리울땐 전깃줄 위의 참새가 부럽고, 자유가 있을땐 수족관의 참돔이 안쓰럽게 보입니다. 

 가지지 못해봐야 가질 때는 기쁨을 느끼고, 가지고 있다가 잃어봐야 그 가짐의 소중함을 알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감정은 그 반대의 감정을 만나야 존재의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힘든 시기가 있어야 즐거운 시기를 즐길 줄 알게됩니다. 울퉁불퉁한 길 위를 걷는 것이 삶의 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끝없는 내리막도, 끝없는 오르막만 펼쳐지지 않는 삶의 길은 그냥 즐겁게 걸어가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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