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

별이 빛나는 밤

 

빈센트 반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이 상자에서 쏟아집니다. 짙은 푸른 밤 하늘에 떠있던 노란 별들이, 그 아래의 마을과 함께 1000피스의 퍼즐로 분해된 순간입니다. 세계적 명작이 고난과 인내의 시간을 알리며 방바닥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습니다.

 유달리 퍼즐 맞추기를 좋아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저걸 언제 다 맞추지'라며 바라보는 주변인의 시선은 한참 지나면 '저걸 언제 다 맞췄지'라며 놀라움으로 바뀝니다. 틈만 나면 퍼즐에 매달리고 그의 방 한구석은 퍼즐이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한조각, 한조각 비슷한 색깔로 분류를 하고 난 뒤 마치 작가의 손이 움직이는 것처럼 집중하면서 작품을 완성해 갑니다. 마을이 나타나고 밤하늘이 보이고, 노란 별도 모습을 드러내면서 열흘정도 지나면 '별이 빛나는 밤'이 방바닥에 다시 빛납니다. 한 작품을 쏟고 맞추기를 몇 차례 반복하면 다른 작품이 등장합니다. 이 분의 취미를 알고있는 지인들은 선물을 고를때 너무나도 쉽습니다. 복잡한 퍼즐을 골라서 전달하면 무척이나 좋아하는 표정을 기억하기 때문입니다.

퍼즐 맞추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면서 '의문의 퍼즐'이 생겨났습니다. 저게 재미있을까. 따분하고 복잡하게만 보이는데 체력과 시간을 낭비하는 건 아닌지. 

 여러번 완성해서 손에 익은 퍼즐은 상자속에 다시 넣어 방 한구석에 보관합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자의 높이도 올라만 갑니다. 예전 몇차례 손댔던 퍼즐들이 한번씩 다시 방바닥에 나타나기도 하지만 특징이 있습니다. 색깔이 비슷해서 맞추기 힘든 작품들입니다.

 의문의 퍼즐 하나는 그의 재선택 룰에서 맞출 수 있었습니다. 오래전 100피스짜리도 힘들어하는 그의 표정이 시간이 지나면서 '1000피스쯤이야'라는 눈빛으로 퍼즐을 맞춥니다. 이제는 간혹 2000피스짜리가 등장하기도 합니다. 반복된 취미가 그에게 자신감을 가져다 준 것 같습니다.

 또 하나의 의문 퍼즐조각은 완성 순간에서 찾았습니다. 흩어져 있는 퍼즐들을 하나씩 쥘 때마다 집중합니다. 손놀림은 남은 퍼즐 조각이 줄어들수록 빨라집니다. 드디어 마지막 조각을 손에 들고 빈 자리에 맞춥니다. 그러고 나서는 한참이나 퍼즐을 들여다봅니다. 또 해낸 것입니다. 꽤 긴 시간동안 몰입하면서 만든 작품이 그에게 성취감을 선물하는 듯 합니다.

 자신감은 갖는 것이 아니라 생겨나는 것입니다. 꾸준한 반복으로 몸에 달라붙어야 자신감이 나옵니다. 시험공부를 제대로 하지않은 채 내세우는 자신감은 자신감이 아닙니다. 몸에 붙은 실력이 제대로 나오게 하는 것이 자신감입니다. 실력이 늘어나면서 자신감도 생겨나는 법입니다. 

 성취감은 실행한 사람만이 느낄 수 있습니다. 까마득하게 높은 산을 한발씩 내딛으면서 올라가면 어느 순간에는 정상에 도달합니다. 땀을 흘리고 숨소리도 거칠어졌지만 그 고통은 정상에 서는 순간 사라집니다. 그리고 성취감이 바닐라라떼처럼 달콤하게 찾아옵니다. 

 같은 퍼즐을 여러번 맞추다보면 한두조각씩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는 아쉬워하지 않습니다. 퍼즐의 빈 자리를 그대로 둔 채 완성합니다. 그러다보면 다른 퍼즐 상자에서 잃어버렸던 퍼즐조각이 나타나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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