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캣

길 고양이

 

집 근처 자주 들르는 가게의 옆 빈공간은 고양이들의 아지트입니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갖다놓는 먹이덕에 한끼를 해결하려는 고양이들이 많습니다. 아지트에는 늘 이곳을 지키고 있는 고양이가 있습니다. 흰털에 연한 갈색의 무늬가 얼룩져 있는 녀석입니다. 

 가게 주인은 이 고양이가 아지트에 자리잡은 지는 10년은 훨씬 지났다고 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은 휴대폰으로 녀석의 모습을 담아갑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을 아는지, 녀석은 사진 찍을때 도망가지도 않고 너무나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보답합니다. "귀엽다"며 쓰다듬어주면 편안한 자세로 사람의 손길을 그대로 느끼는 듯한 표정입니다.

 먹이통과 물통은 늘 가득합니다. 먹는 문제가 해결되니깐 녀석의 움직임은 느립니다. 뛰어다니는 걸 본적이 없습니다. 항상 느릿느릿하게 어슬렁 걸어다닙니다. 사람이 산책하듯이. 먹이통에는 한번씩 길고양이로 보이는 녀석들도 나타나서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다른 고양이가 자신의 먹이통을 건드려도 녀석은 보고만 있지, 길고양이와 싸우거나 쫓아낼려는 '먹이통 사수 작전'은 절대 펼치지 않습니다.

 어느날 다른 고양이가 먹이통으로 다가오자 누워있던 녀석이 움직였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심술이 나서 다가온 고양이를 쫓아내려고 그러는가 싶었지만, 이해 못할 행동을 보입니다. 먹이통으로 가서 함께 먹는듯한 시늉을 하는 것입니다. 사료를 먹지는 않고 머리를 먹이통으로 숙이며 있었습니다. 

 사료를 먹으러 온 고양이는 상태가 좋질 않았습니다. 눈에는 이물질이 잔뜩 끼여있었고, 입가에는 끈적한 침이 끊기지않고 축 늘어져 있었습니다. 몸 어딘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한눈에도 알 수 있는 상태입니다. 사료를 빨리 먹지도 못하고 힘겨워하고 있었습니다.

 가게 주인은 이 장면을 보고선 아름다운 해석을 합니다. "고양이는 먹이를 먹을때 다른 고양이가 같이 먹으면 빨리 먹으려는 습성이 있는데, 아픈 고양이가 제대로 먹지를 못하니깐 '녀석'이 나서 먹는 시늉을 하면서 아픈 고양이의 식성을 자극하는 것이다"고 말합니다.

 가게 주인의 해석이 맞을지도 모릅니다. 다른 고양이가 나타났을 때 이런 모습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먹이를 베푸는 것도 기특한데, 아픈 친구를 위해서 먹는 연기까지 하는 그 모습은 너무나도 감동적입니다.

 캡틴처럼 보살피는 마음이 가득한 녀석에는 길고양이 친구들이 많습니다. 실컷 먹이를 먹고는 녀석과 어울리기도 합니다. 주고받는 이야기는 없어도 곁에 앉아있는 것만으로도 녀석들에게는 평온한 시간으로 보였습니다.

 친구 길고양이 중 한마리는 녀석을 점차 닮아갑니다. 사료를 먹다가도 사람이 나타나면 잽싸게 도망가는 그 친구에게도 여유가 생겨났습니다. 녀석과 함께 누워있습니다. 다리를 쭉 편 채 몸통은 바닥에 포근하게 기댑니다. 인기척이 나면 약간 움찔하지만 예전처럼 겁먹고 달아나는 행동은 보이질 않습니다. 녀석에게서 사람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운 것 같습니다.

 캡틴 캣 녀석은 호흡조차 가쁘게 오늘을 정신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느낌표를 줍니다. 경쟁하지 않고 베풀며, 아픈 친구를 도와주는 정성. 

 마음속에 어지럽게 놓여져 있는 짐들을 녀석이 말끔하게 정리를 해줍니다. 짐을 치우면 가게 옆의 빈공간처럼 아름다운 공간이 보이겠죠. 그 공간은 함께 있는 공간으로 꾸몄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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