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의 삶

현재

 

 찾을 물건때문에 어머니 방에 최근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방은 늘 시간이 멈춘 느낌을 줍니다. 새로 산 물건은 거의 없고, 오래된 것들만 구석구석 빈 공간에 놓여져 있습니다.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는 다리가 네개 달린 작은 밥상위에는 친구와 친척들의 전화번호가 적힌 낡은 수첩이 있고, 제가 어릴적부터 갖고 있었던 서랍장 위에는 당신이 좋아하는 수필집과 성경책이 보입니다. 그리고 침대 옆에는 역시 오래된 라디오가 친한 친구처럼 다정하게 있습니다. 

 절약이 몸에 익숙한 당신에게는 새로운 물건은 늘 사치처럼 보였고, 한 번 산 물건은 늘 관리를 잘해서 교체하는 일이 거의 없게 합니다. 어머니 방을 살펴보던 중 눈에 들어오는 게 벽에 있었습니다. 둥근 모양의 벽시계. 이 또한 오래전에 구매한 것입니다.

 어머니가 저에게 벽시계를 하나 사달라는 말을 하셨을땐, 의아해 했습니다. 좀처럼 하지않는 요구이기때문입니다. 물건 고르는 것도 까다로운 어머니는 이런저런 조건을 갖춘 시계를 사달라고 하셨습니다. 너무 크지도 않고, 초침이 움직일 때 소리가 안나는 조용한 시계를 찾으신겁니다.

 일찍 잠에서 깨어나시지만 몇시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답답한 적이 종종 있었나봅니다. 낮잠을 주무시고 깰때는 밤인지, 새벽인지 순간 헷갈려하신 적도 있다합니다. 그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침대에서 누워 보면 쉽게 보이는 위치에 걸어놓을 벽시계가 필요했는 것입니다.

 저는 신나는 마음에 시계를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모처럼 물건을 사달라는 요청이 너무 기뻤고, 예전과 다른 모습이 너무 반갑기도 했습니다. 인터넷 쇼핑을 어머니와 함께 노트북을 통해 쉽게 끝냈습니다. 며칠 후 시계를 받은 어머니는 "시계가 소리가 안나고 크기도 딱 맞아 좋다"며 저에게 전화를 주셨습니다. 시계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벽에 위치를 잡고 못질을 해놨기 때문에 어머니는 받은 시계를 바로 벽에 걸 수 있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도 시간때문에 더이상 불편해 하질 않을 어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시계 하나 사주고 마치 '효자'가 다 된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사드렸던 시계는 아직 고장이 나질 않고 잘 작동하고 있었습니다. 찾던 물건을 손에 쥐고 갑자기 그 시계에 눈길이 한참동안 머물렀습니다. 비교적 오래됐지만, 시계에는 먼지가 거의 없고 앞 유리도 깨끗하게 닦여 있습니다.

 시계는 어머니의 방과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이 찾아왔습니다. 그 이유를 몰라 시계에 눈을 떼지 못하고 지켜봤습니다.

 시계에는 두 가지가 없습니다. 과거도 없고 미래도 없고 오로지 현재만 표시합니다. 과거에만 머물고 있는 어머니의 방 컨셉과는 그래서 어울리지 못했던 것입니다.

 과거를 되돌아 보면 즐겁고 행복한 추억도 떠오르지만, 대부분은 후회의 장면이 많습니다. 그리고 미래를 미리 살펴보면 희망보다는 두려움과 걱정이 먼저 눈 앞에 나타나는 특징이 있습니다.

 실체가 없는 것들이지만, 인간에게는 그 후회와 두려움에 너무나 익숙합니다. 고통의 씨앗에 끊임없이 물을 주면서 키우고 있는 것이죠. 그게 너무나도 당연한 삶의 모습으로까지 여깁니다.

 생각과 마음이 현재에 살지 않는 사람이 너무 많습니다. 현재는 과거와 미래에 의해서 늘 공중분해당합니다. 

 지금 시각에서 1초가 흐르면 그 미래가 현재가 되고, 1초 전의 현재는 과거가 됩니다. 미래도 과거도 현재가 만드는 것입니다. 중심은 늘 현재입니다.

 현재를 자각해야 깨어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합니다. 진정한 삶을 의미하는 깨어있음은 현재에 존재해야만 얻을 수 있습니다. 후회의 과거와 불안의 미래라는 구름이 가려놓은 파란 하늘속 현재의 모습을 이젠 찾아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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