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려야 꽃이다
"자다가 너무 답답해서 새벽에 깼는데, 더 이상 잠은 오질 않아서 학교 운동장에서 뛰고 또 뛰었어. 아무도 없길래 고함까지 지르면서 숨 차는지도 모르게 달렸더니 그나마 마음이 좀 가라앉더라."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동기의 근황은 쉽게 알 수 있었습니다. 일이 잘 풀리지 않고 모든 곳에서 벽을 느끼고 있는 심정을 친구는 계속 풀어갔습니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야기를 들어줬지만, 친구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는 마음속을 계속 끄집어냈습니다. 한참이나 지나서야 이야기는 잠잠해졌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운동장을 달리고 달린다고 친구의 상황은 바뀌질 않습니다. 그런데 왜 복잡한 마음이 한결 나아질 수 있는 이유가 뭔지 궁금해졌습니다.
실제 소리를 지르거나 운동을 하면 마음이 편안해지는 경험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 봅니다. 똑같은 동네의 뒷산을 등산하는데도 어떤 날은 코스가 너무 쉽게 느껴지고, 또 어떤 날은 지리산을 오르는 마냥 힘들기만 한 경우도 있습니다. 뒷산은 변함이 없는데 자신의 컨디션이 그 뒷산을 평소의 뒷산으로 만들기도 하고, 높고 높은 지리산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혹시 컨디션이 안좋을땐 속으로 이런 생각까지 합니다. '뒷산의 높이가 절반으로 줄어들었으면.'
뒷산이 높은 것도 낮은 것도 뒷산이 만든 것이 아닙니다. 그 산을 오르는 사람의 인식이 매일매일 높이를 다르게 만들 뿐입니다.
그리고 산이 높게 보이는 날은 집착을 내려놓으면 산은 낮아집니다. 꼭 정상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집착이 산을 더욱 높게 만드는 것입니다. 한번씩은 목표보다 낮게 올라가도 만족하는 패턴을 만들면, 목표에 도달했을 때의 성취감을 더욱 제대로 느낄 수 있습니다.
힘들때는 '힘들구나'라며 마음속으로 받아들이면 그뿐입니다. 자신의 상황을 비난하고 자신의 능력을 원망하며 힘듦의 몸집을 키울 이유는 없는 것입니다.
꽃길만 걸으면 꽃길의 고마움은 모릅니다. 계속 가도 나오는 자갈길을 걸어본 경험이 꽃길을 만났을때 그 소중함을 제대로 느낄것입니다. 불안하고 힘들어도 그냥 걸어가면 됩니다. 그냥 걷다보면 자갈길 끝나고 꽃길이 펼쳐지는 날이 찾아옵니다. 꽃길을 손꼽아 기다리지도 말고 자갈길을 걸을땐 자갈길답게 걸어주면 그뿐입니다.
바다위의 배는 이 바람, 저 바람 다 맞으면서 가는 것이 원칙입니다. 바람탓은 하지 않습니다. 그 바람중에는 가는 방향에 오히려 도움이 되는 바람도 있는 것입니다.
꽃도 흔들리면서 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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