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차를 세우고 걸어서 조금만 이동하면 야트막한 언덕길이 시작됩니다. 운동 중에서 걷기를 가장 즐겁고 쉽게 하기 때문에 이 길을 틈나는대로 찾아옵니다. 흙길의 양쪽에는 가로등처럼 심어져있는 아카시아나무가 하늘에 닿으려는 욕심때문인지 높게 높게 자라고 있습니다. 

 이 길은 계절따라 변합니다. 아카시아의 변신을 길위에서도 그대로 볼 수가 있습니다. 겨울을 앞둔 지금은 갈색으로 변한 나뭇잎이 길위를 푹신하게 죄다 덮어놓았습니다. 흙을 밟는 바삭바삭 소리대신 매끈한 느낌을 운동화를 통해 전달받습니다. 올려다보면 그동안 잎으로 가려왔던  파란색 하늘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하늘 대신 자신의 꽃과 잎을 감상하려고 했는지 긴 시간동안 그렇게 하늘을 꼭꼭 숨겨왔던 모양입니다. 

 여름이 오기전에는 이 길은 겨울에 내리는 눈이 뒤덮어 놓은 듯한 하얀길로 변신합니다. 흐드러지게 핀 아카시아 꽃들이 늦은 봄의 바람에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 듯이 살포시 길위에 내려앉았기 때문입니다. 걷기를 망설이게 하는 순간입니다. 예쁜 꽃을 밟고 지나가야하는데, 미안함이 찾아옵니다. 

 자주 오는 덕에 하나의 길이 변신하는 모습을 감상하는 선물을 받은 겁니다. 길이 본연의 모습인 흙을 드러내는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습니다. 떨어진 꽃이 바람을 타고 또 다른 곳으로 날아가고, 갈색 양탄자처럼 덮여있던 낙엽들이 겨울 바람에 휩쓸려 떠나야 흙을 밟을 수 있습니다. 카멜레온처럼 변하는 이 길이 그래서 지겹지 않습니다. 시계가 없어도 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길을 벗어나면 시멘트로 포장된 길과 아스팔트가 깔린 길이 나타납니다. 이 곳에는 아카시아길에서 날아온 꽃과 낙엽이 듬성듬성 나뒹굴고 있습니다. 아카시아가 그려낸 멋진 풍경과는 사뭇 정반대의 느낌을 줍니다. 허전하고 삭막함이 발끝으로 전해져옵니다. 길따라 나무가 많지 않아서 계절따라 변하는 모습도 없고, 여름이면 땡볕이 그대로 내리쬐고 겨울이면 찬바람이 막힘없이 세차게 몰아칩니다.

 그러나 이 길들에 감사합니다. 아카시아 흙길과 시멘트, 아스팔트 길을 반복해서 걷으면 고마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을 걷고 다시 아카시아 길로 되돌아 들어서면 더욱 멋지고 아름답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맛난 음식을 쉬지않고 계속 먹으면 어느 순간 그 맛남을 느낄 수가 없습니다. 갈증이 날 때 마시는 물이 달고 시원합니다. 비워야 채움을 알 수 있는 법입니다.

 아카시아 길은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이 함께 있어서 그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줍니다. 때때로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은 그 자체로도 좋을 때가 있습니다. 비가 오면 운동화에 흙이 질펀하게 묻지않고 가볍게 걷도록 해줍니다.

 힘든 시기는 좋은 시기와 맞닿아 있습니다. 그 힘듦이 있어야 좋음을 알 수 있도록 해줍니다. 

사계절 동안 변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아카시아길, 그 옆에 나란히 있는 시멘트와 아스팔트 길은 함께 있을 때가 조화롭습니다. 하루 하루의 길 위를 걷는 삶은 이 길과 저 길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좋을 땐 좋다고, 싫을 땐 싫다고 느끼며 그냥 걷는 것이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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