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 시그널

동백꽃


 집안 햇볕이 잘 드는 곳에 화분이 세개 놓여져 있습니다. 그중 십여년 전에 심어진 동백나무는 키가 작지만 봄에 앞서 붉은 색 꽃을 짙게 피워서 계절의 시계같은 역할을 합니다. 나머지 두개의 화분에 심어진 식물은 꽃을 피우진 않지만 사계절 큰 변화없이 키만 조금씩 자라나고 있습니다.

 세개의 화분중 유일하게 꽃 피우는 동백은 꽃을 기다리는 마음에 자주 들여다 봅니다. 꽃만 기다리다 보니, 세심한 관찰을 하지 못한채 긴 시간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키가 자라지도 않고, 꽃망울이 맺히지만 꽃을 피우지 못하고 이내 떨어져 버리는 이상한 징조를 몇년전에서야 알게 됐습니다.

분갈이를 안해줘서 영양분이 부족했을거라는 생각에 화분의 오래된 흙을 비우고 새로운 흙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물을 줄때마다 물이 잘 빠지지 않았던 이유도 분갈이를 하면서 알았습니다. 흙이 시멘트처럼 굳어 있어 공기가 들어갈 틈이 없어 보였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뿌리의 흙까지 털고 씻어냅니다. 뿌리도 힘없이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긴 시간동안 동백은 화분속에서 고통을 견뎌내며 개화를 했다는 사실에 꽃 피기기만 기다리며 봄 소식을 전해들으려는 마음이 너무나도 부끄러웠습니다. 그 한계에 다다르자 꽃망울을 힘없이 떨어트리며 아픔의 신호를 소리없이 보내며 생존을 위해 발버둥을 쳤던 것입니다.

 분갈이를 한 이후에는 잔가지도 잘 뻗어나고 초록의 잎도 더욱 짙은 색깔을 내며 건강한 모습을 보입니다. 꽃망울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많이 맺히고, 붉은 꽃이 활짝 피면서 생존의 시그널을 활기차게 보내고 있습니다. 아픈 신호를 제때 알아보지 못한 죄책감때문에 동백화분뿐만 아니라, 나머지 두 화분의 식물도 세심하게 관찰합니다. 영영제도 하나씩 나란히 꽂아두면서 마음의 빚을 갚고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모습은 마음의 거울입니다. 불편하고 힘든 상황이 펼쳐지면 거울 속 장면만 바라봐서는 해법을 찾을 수가 없는 것입니다. 그 거울을 비추는 마음을 들여다 봐야합니다. 마음이 그 거울의 모습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숨쉬기조차 힘든 상황에 좌절할 때가 잦은 요즘입니다. 거울속의 그 모습만 보면서 후회하고, 한탄하면 거울속의 장면을 결코 바꿀 수가 없습니다. 거미줄에 걸린 벌레가 탈출하려고 발버둥을 치다가 거미줄에 더 꼬여버리는 결과를 빚을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렵고 지치는 상황때문에 마음이 어렵고 지치는 것이 아니라, 그 반대입니다. 마음이 지치고 힘들면 세상이 힘들고 지쳐집니다. 언제나 습관처럼 지나쳐 버리는 마음의 시그널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오랫동안 방치해둔 아픈 소리를 알아듣고 안아주면 됩니다. 마음이 웃어야 세상도 웃음으로 반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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