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인치서 탈출
지난 금요일, 잠들기전에 다짐을 하나 합니다. 내일은 일어나자 마자 휴대폰을 만지지 않고, 운동을 마치고 나서 유튜브 영상을 보겠다고.
다짐은 잠에서 깨어나자마자 깨어집니다. 수십년 몸에 밴, 휴대폰으로 시간 확인하는 습관이 사라질 리가 없었던 겁니다. 그래도 '이건 시간을 알려고 했던 것이기 때문에 휴대폰을 사용했다고 하면 안된다'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으며 휴대폰은 책상에 두고 운동을 나갔습니다.
좋아하는 맨발걷기와 숲길 산책을 루틴대로 하고나서 쉬는 시간. 손은 무의식적으로 주머니를 뒤집니다. 휴대폰을 찾고 있었던 것입니다. 운동 중간에 잠시 숨을 고를때는 어김없이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고 유튜브 영상을 보던 그 습관적 손길이 주머니 속으로 들어 간 것입니다. 뒤져도 휴대폰이 없다는 것을 알고, 집에 두고온 사실과 전날의 다짐이 떠 올랐습니다.
반나절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는 휴대폰과의 단절을 보고 있으니, 작심삼일도 엄청난 긴 시간임을 새삼 느낍니다. 손에 휴대폰이 없으니, 무엇을 해야할지 멍해지기 시작합니다. 금단증세 같습니다. 운동시간을 줄이고 곧장 집으로 갈까라는 유혹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휴대폰과의 일시적인 단절을 첫 시도때부터 지키지 못하면 영원히 지키지 못한다는 가설을 세우며 버팁니다. 그러나 휴식시간중 잠시 보는 휴대폰의 그 맛이 그렇게 강력한 지는 남은 운동을 하면서 체감합니다. 오로지 빨리 운동을 끝내고 집으로 가자라는 마음만 가득합니다. 나무를 보면서 하늘을 보면서 산책하는 그 느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집니다. 무서운 휴대폰입니다.
갖고 있는 휴대폰의 디스플레이는 6.6인치. 없으면 생활이 불편할 정도로 많은 기능을 갖추고 있습니다. 기차표 예매, 은행 앱 사용, 뉴스 보기, 라디오 듣기...모든 생활이 6.6인치에 들어있어 분리 불안감이 클 수밖에 없다라는 생각도 듭니다.
편리하다는 것은 기존의 많은 과정들을 생략했다는 의미입니다. 기차표를 구하러 역에 갈 필요도 없고, 돈을 보낼려고 은행에 갈 필요도 없고, 뉴스를 보기 위해 TV나 신문을 찾을 이유도 사라집니다. 국내 방송만 나오는 라디오도 이제는 전세계의 라디오 방송을 들을 수 있는 앱이 자리를 차지하곤 합니다. 특히, 흥미롭고 재밌는 내용이 많은 유튜브의 유혹은 절대 쉽사리 떨쳐낼 수가 없어, 틈만나면 유튜브 앱을 누릅니다.
사람이 휴대폰을 들고 다니는 것이 아니라, 휴대폰이 사람을 끌고 다니는 느낌입니다. 생각을 할 시간은 휴대폰에 속수무책으로 뺏기고 맙니다.
기차표를 예매하러 역으로 가지않고 아낀 시간, 돈을 부치러 은행에 가지않고 아낀 시간들은 또 다른 일로 내몰게 합니다. 한가지 일만 해서 하루가 가던 생활이 이제는 열가지를 해야 마무리되는 하루로 바뀝니다. 편리함은 시간의 여유를 주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더욱 빡빡하게 흘러 가도록 만드는 이중적 가면을 가진 것 같습니다.
지하철안에서 가방을 어깨에 메고 한 손은 손잡이를 잡고 나머지 한 손으로는 휴대폰을 보는 모습은 너무나도 익숙합니다. 넓은 세상에 살고있지만, 작고 작은 휴대폰에 갇혀 사는 우리들의 일상입니다.
무한한 마음의 세계가 6.6인치의 틀로 줄어 들었다는 사실이 섬뜩합니다. 주는대로 받아먹는 습관을 가지게 한 이 6.6인치의 화면 전원을 끕니다. 과정을 즐기고, 체험하면서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스위치를 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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