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온라인 쇼핑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오래전 여름이었습니다. 비싼 겨울 패딩이 30% 넘게 할인된 가격에 나오길래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결제를 했습니다. 이후에는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곧장 온라인 쇼핑몰을 클릭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할인 쿠폰도 이용하고 적립금도 사용하면서 점차 고수로 변해간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습니다. 바꿀 가전제품도 이곳에서 죄다 구매할 정도로 실물을 보지 않고도 쇼핑을 척척 해나갔습니다.

나름 온라인 쇼핑에 고수라고 여겼지만 결국 벽을 만나게 됩니다. 바로 옷입니다. 온라인으로 옷을 구매하는 건 쉽지 않다는 말이 그냥 생긴 게 아니구라는 것을 깨닫습니다. 체력관리와 취미생활을 시작하면서 낚시, 등산, 자전거 옷을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지만 연이어 실패를 거듭합니다.

옷 쇼핑 기준은 다른 제품보다 간단합니다. 아웃도어 의류를 주로 구입하다보니 기능성 여부를 먼저 살피고 가격을 보고 마지막으로 핏을 봅니다. 핏은 상품상세설명에 나오는 사진으로만 판단할 수 밖에 없습니다. 모델들이 그 옷을 입은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핏을 짐작하고나선 주문 완료 버튼을 누릅니다. 색깔이 당초 생각보다 다른 것은 신경쓰지 않습니다. 그러나 늘 핏 문제에 부닥칩니다. 분명 같은 옷이지만 상품설명속에 있는 사진과는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품이 너무 넓거나 팔목이 너무 짧습니다. 고민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반품을 할지 아니면 그대로 입을지. 대부분은 그냥 입고 맙니다. 자주 입을 옷들이 아니기 때문에 반품의 번거로움을 피하는 편리를 선택을 한 것입니다.

온라인 옷 쇼핑에 자신감을 잃어가길 시작합니다. 이제는 직접 옷을 보고 사야겠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 결심은 습관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또, 필요한 옷은 온라인에 접속해서 살핍니다. 또 실패입니다. 그러던 중 온라인 옷 쇼핑을 더욱 어렵게 만든 제품이 등장했습니다. 핏은 별 기대도 않고 기능만 보고 구매한 옷이 마치 맞춤 옷인 것처럼 어울립니다. 몇 연패 끝에 뜻밖의 1승을 거둔 것이었습니다. 

 뜻밖의 1승은 옷쇼핑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맞지 싶은 건 맞질 않고, 안맞지 싶은 건 딱 맞고. 숙제처럼 여겨졌던 온라인 옷 쇼핑 구매 가이드의 첫 조건을 만드는 건 불가능하게 보였습니다.

 그러다가 옷 자체보다는 쇼핑성공에 집착하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이건 자전거 탈때, 이건 등산갈 때 입으면 된다는 핑계를 갖다 붙이면서 쇼핑 삼매경에 빠진 것입니다. 이런 삼매경도 오래 가질 못했습니다. 웬만하면 그냥 입고 말자며 쇼핑실패를 무마할 구실을 찾은 겁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맞는 것 같아도 입어보면 맞질 않고, 어떤 옷을 구매해야할지 결정하는 데도 알게 모르게 많은 잣대들이 등장합니다. 맞지 않는 옷은 몇번 입어보고 옷걸이에 걸린 채 오랜시 간 옷장 구석에 존재감 없이 내팽겨칩니다. 그러다 자주 입는 옷이 세탁 안됐을 때만 한 번씩 바깥 나들이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맞지 않는 옷을 끝까지 열심히 입어주는 매너를 갖춘 옷 주인도 있습니다. 맞지 않는 것이 오히려 몸에 맞다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입니다.

맞지 않는 옷처럼 힘들고 불편한 상황들이 한번 씩 자신의 몸을 덮치곤 합니다. 상황이 심할 때는 깊은 좌절감까지 덧씌워집니다. 그러나 불편함은 오래 가질 않습니다. 옷이 맞질 않는 것은 흔한 일이다라고 생각하면 불편함이 줄어듭니다. 불편함해도 계속 입어야 할 것 같은 옷도 오래 입진 않습니다.계절마다 옷은 여러가지고 계절이 바뀌면 또 다른 옷으로 갈아입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번씩은 옷장 깊숙히 놓여진 옷들을 끄내 입어볼 작정입니다. 맞지 않는 옷이 맞다는 생각으로 평소 걷은 길 그대로 걸어볼 것입니다. 마음이 옷에 어떻게 맞추는지 그 과정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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