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데렐라 같은 두려움
지난 주말에는 친구와 함께 선상낚시를 했습니다. 미루고 미루다가 도다리 시즌 끝무렵에서야 채비를 챙겨 동해바다에서 손맛을 봤습니다. 선상낚시는 이번이 두번째입니다. 배를 탄다는 생각만 해도 두려움이올라오던 때가 있었습니다. 낚시를 즐기던 친구는 잦은 출조에도 몇마리를 낚지 못하자, 배를 타고 나가며 많이 잡을 거란 판단을 하고나서부터는 갯바위나 해변에서 하던 낚시는 아예 접고 선상낚시를 시작했습니다. 함께 가자는 요구를 번번이 거절을 했지만, 지난해 처음으로 같이 배를 탔던 것입니다.
처음 배를 타는 전날에는 약속을 그냥 취소할까, 아프다고 핑계를 댈까라며 고민하다가 잠도 제대로 자질 못했습니다. 배에 대한 두려움은 항구에 도착했을 때 최고조로 올라왔습니다. 눈앞에 배가 있지만 바로 그 자리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존 본능만이 속에서 계속 두려움의 모습으로 나타난 것입니다.
그런 상태서 결국에는 배에 올랐고, 저의 두려움은 첫 항해와 함께 운명의 주사위가 던져졌습니다. 배에 타자마자 저는 손을 꽉 붙잡을 수 있는 것을 찾았고, 출항 후 몇분간은 마치 생명줄인냥 배의 쇠기둥을 있는 힘껏 잡고 머리는 숙인 채 얕은 호흡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신기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그토록 힘들게 했던 두려움이 갑자기 사라졌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두통약을 먹자마자 두통이 없어지는 것처럼 두려움은 순식간에 떠나버렸습니다. 쇠기둥을 잡고 있던 손은 어느새 낚시대를 만지고 있었고, 숙였던 머리는 들고 친구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입니다.
선상낚시는 대략 5시간 정도 합니다. 배를 타기전에는 그 5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걱정했지만, 배를 타고나서는 그 5시간은 언제 지나갔는지 모르게 낚시를 즐겼습니다. 도다리가 올라오지 않을 때는 바다를 감상하고, 파도에 울렁이는 배 위에서 컵라면까지 먹으면서 예상밖의 첫 선상낚시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이번 두번째 선상낚시는 두려움 대신 즐거운 기대감으로 시작된 것입니다. 첫번째 선상낚시에서 두려움을 내보내지 않았다면 배에 오르는 일은 두번 다시 없었을텐데, 두려움이 사라진 공간에는 즐거운 낚시가 가득 들어차 있었습니다.
두렵다고 느낀 그 일을 실제 시작하면 그 두려움은 없어진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고통은 그 일 자체가 아니라 시작 전에 끊임없이 괴롭히는 두려움입니다. 지치고 힘든 것은 그 일이 아니라 두려움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두려움을 안 느낄 수는 없습니다. 두려움은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이고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는 사실만을 알고 있으면 되는 것입니다.
끝나지 않은 것 같은 두려움은 시작과 함께 사라지는 두려움의 메카니즘. 두렵더라도 그냥 하는 것입니다. 밤 12시에 사라지는 신데렐라처럼, 두려움이 사라지는 시간은 시작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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