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

 

자두농사


 장마가 잠시 주춤한 사이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던 6월 하순, 한동안 연락을 하지 못했던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외삼촌댁이 자두농사를 짓고 있는데, 일을 도우러 갔다가 자두를 좀 챙겨왔다며 그걸 갖다 주겠다는 전화였습니다. 

 약속장소에서 만난 친구의 팔에는 자두나뭇가지에 긁힌 듯한 흔적이 몇군데 보였습니다. 비오는 날에는 수확을 하지 못하니, 반짝 맑은 날에 서둘러 자두를 따다보니 체력도 많이 소진한 듯 피곤한 표정이었습니다. 친구는 한번씩 농작물을 들고 나타납니다. 방금 수확한 것들이라서 신선하고 맛나지만 늘 얻어먹는 입장에선 미안함이 앞섭니다. 힘들게 지은 농사인데...

 자두는 친구 차 트렁크에 두개의 종이박스에 가득 담겨져 있었습니다. 그중 한 박스를 통째로 받았습니다. 향긋한 냄새와 이파리도 눈에 띕니다. 

 가져온 자두는 상할까봐 씻은 후 얼른 냉장고에 보관해야겠다는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한알, 한알 씻으면서 비닐 봉지에 담습니다. 간혹 벌레 먹은 것과 상처가 넓게 있는 자두도 보였습니다. 상품으로 판매하지 못하는 자두들이라서 알이 작고 색깔이 고르지 못한 것도 있지만 한입 깨물자 말자 새콤달콤한 맛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자두는 세상살이와 많이 닮았습니다. 상품으로 팔려갈 크기와 색깔을 가진 것, 알이 작고 표면이 고르지 못한 것. 한 나무에서 자랐지만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것은 하나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비슷해도 모두 다릅니다. 최종 운명도 상품상자에 담겨지느냐 마느냐의 차이도 있습니다.

벌레가 덮치질 않고 좋은 위치에서 햇빛을 고르게 받아 굵은 알로 자라나는 자두 옆에서 상처를 안고 나무에서 버티고 있는 자두도 함께 자라는 법입니다. 그게 자연입니다. 

사람살이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는 일마다 술술 풀려서 쉽게 성공을 거머쥐거나, 악착같은 노력으로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 그리고 아픔과 고통속에서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나의 사회속에서 함께 존재하고 있습니다.

모든 자두가 상품상자에 실릴 수는 없습니다. 모든 사람이 성공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상품상자와 성공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하나의 잣대에 불과합니다. 그 잣대가 없으면 그냥 같은 종류의 자두이고, 그냥 같은 사람입니다.

씻고난 자두 중에서 곧장 상할 것 같은 것은 바로 먹었습니다. 고생해서 따온 자두를 시간 지나서 내버리는 '우정의 배신'은 하지 않으려는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상처나고 벌레 먹은 자두에서 새삼 놀라운 맛을 느낍니다. 여름이 그대로 담겨져 있었습니다. 상품상자에는 담기질 못한 모습이었지만 뜨거운 햇빛을 받으며 버텨온 그 단맛이 느껴진 것입니다. 자두는 자두였습니다. 구분 짓고 나누는 것은 사람들의 잣대일뿐입니다. 

 다양하게 보이지만 다양하지 않습니다. 다양한 것은 마음이 만들어 낸 것입니다. 원래 하나인 것을 자꾸 구별짓다보면 결국 하나에서 벗어나 고립감을 맛보게 됩니다. 모든게 하나일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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