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풍경
가끔 오가지만 무심코 지나가는 길이 있습니다. 사람들이 꽤나 많아 길을 따라 옷과 휴대폰 가게, 마트, 약국이 있다는 것만 머릿속에 남아있을 뿐인 곳입니다. 이 길을 차를 몰고가질 않고 하루는 버스를 타고 지나간 적 있습니다. 옷가게는 장사가 안됐는지 문을 닫은채 간판만 남아있고, 처음 보는 커피숍이지만 영업을 한지는 한참이나 지나 보입니다. 오랫동안 다닌 길이지만 풍경이 많이 바뀌었다는 사실은 버스를 타고나서야 알게됐습니다. 앞만 보고 차를 몰다가 버스에 올라보니깐 그동안 눈길이 가질 못했던 곳도 관찰하는 여유가 생겼던 것입니다. 알아차리진 못했지만 차창밖의 풍경은 조금씩 조금씩 긴 시간동안 변했습니다. 오래전 그 길의 풍경과 지금을 비교하면 너무나도 달랐지만 시간이 쌓여가는 것은 눈치채질 못했던 모양입니다.
집안 청소를 하다가 초등학교 친구들과 찍은 소풍사진을 발견합니다. 스마트폰으로 언제든 사진을 찍을 수 있던 시절이 아니어서, 사진기는 특별한 날에만 등장합니다. 중학교, 고등학교때 수학여행을 가서 친구들과 몇명이서 찍은 사진과 학급별로 촬영한 단체사진들도 찾아냅니다. 지금도 연락하면서 만나는 친구들의 사진속 모습을 보면 귀엽기도 합니다. 이 사진들을 보기전에는 긴 시간이 흘렀음을 모른채 일상속에 묻혀있었습니다. 새삼 친구들이 고맙기도 합니다. 긴 인생영화의 장면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으니깐요.
시간은 돌다리가 놓여져야 알 수 있습니다. 지나온 돌다리를 되돌아보고, 내디뎌야할 돌다리를 쳐다봐야 지금 딛고 서있는 돌다리를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특정한 장면의 돌다리가 없다면 시간은 한 덩어리가 되어 흐르는 냇물처럼 하염없습니다. 돌다리는 냇물을 지나가는 즐거움도 줍니다. 넓직한 돌 위에서 다른 돌위로 발걸음을 옮길때는 재미있습니다. 그리고 한걸음 옮기고나면 보이는 풍경도 달라집니다. 그러면 지나오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돌다리를 건널때는 선택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에 놓여진 돌을 향해 발걸음만 집중해서 돌을 하나하나씩 정해진대로 지나가는 것입니다. 한 돌에 너무 오래 서 있으면 풍경도 바뀌질 않고 지나온 돌 위로 다시 돌아가면 그때 그 풍경만 다시 나타날뿐입니다.
시간은 과거에서 현재로 그리고 미래로 흐르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흐름은 반대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맨 끝에 있는 돌다리를 향해 가기때문에 지금의 돌다리위에 서 있고, 지금의 돌다리에서 봐야 지나온 돌다리가 보이는 것입니다. 그림 그리는 순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밑그림을 도화지에 그리거나 머릿속에 먼저 그린 후 색칠을 합니다. 색칠을 하다가 그림의 주제를 정하는 것은 없습니다.
냇물을 멍하니 바라다보면 흐르질않고 멈춰버립니다. 돌다리위에 발딛고 서 있으면 냇물이 부딛혀 흐르는 것을 알립니다.
놓여진 돌다리를 발견하게 해준 그날의 버스. 그래서 'happy busday'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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